모바일 산업의 르네상스는 언제였을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2015년 ~ 2018년을 꼽고 싶다.
르네상스가 그리운 이 시점에서 그 때의 신문 기사를 하나 둘 꺼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의 기사1: AI 무장했다, 갤럭시 S8 다음달 29일 출격 준비 끝

오늘의 기사2: 터치도 필요없다, 갤럭시S8 ‘빅스비’가 온다

오늘의 기사3: 80% 훌쩍 넘긴 갤S8 화면 비중 … 숨은 공간 알뜰히 찾았다

오늘의 기사4: 나를 알아보는 스마트폰, 얼굴 마주치자 잠금장치 풀렸다

오늘의 기사5: 둘둘 말고 척척 접는 아이폰8, 글쎄요

오늘의 기사6: 펼치면 노트북급 화면 … 삼성 ‘접는 갤노트’ 내년 출시


모험을 감행하다

2017년 초, 삼성은 흔들리고 있었다. 갤럭시노트7의 실패는 대중에게 다음 스마트폰에 대한 의구심까지 심어버렸다. 삼성 역시 곧바로 만회하지 못한다면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삼성은 여기서 안정적인 전략을 취하는 대신 모험을 건다. 당시까지 모든 갤럭시는 물리적인 홈버튼을 가지고 있었다. 이 홈버튼은 삼성 갤럭시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노트7의 뒤를 이을 갤럭시 S8에서 이 홈버튼을 없애버리기로 한다. 베젤을 최소화하여 앞면 대부분이 화면으로 구성된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보통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사람은 다음의 행동이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다. 기업 역시 한 번 실패한 직후에는 안정적으로 회복하려는 습성을 보인다. 하지만 삼성은 달랐다. 도전을 즐기는 기업이어서인지, 모험을 하지 않으면 판을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삼성은 갤럭시 S8에서 기업의 명운을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


게임 체인저 갤럭시 S8

갤럭시 S8은 당시까지 출시된 스마트폰과는 디자인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드넓은 화면이었다. 아래, 위의 베젤을 제외하면 전면 부분 전부가 디스플레이로 채워졌다. 여기에 8단계 안전성 검사를 거친 배터리,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 죽지 않고 돌아온 홍채인식, 이를 보완할 안면인식 등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많은 요소가 추가되었다.



갤럭시 S8으로 삼성전자는 반등에 성공했다. 폭발하는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회사라는 오명을 6개월만에 벗어던질 수 있었다. 갤럭시 S8은 2023년 현재까지도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잘 만들어진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지금까지 출시되고 있는 삼성 스마트폰의 디자인 모티브가 되었다. (현재 갤럭시 시리즈 역시 기본적으로 얇은 베젤과 세로로 좀 더 길쭉한 스마트폰 비율을 지향하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작

삼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 해 여름 갤럭시노트8 공개를 앞두고 삼성은 다음 연도에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접었을 때는 일반 스마트폰과 동일한 크기이지만, 펼쳤을 때는 태블릿과 같은 광활한 화면을 가진 폴더블 스마트폰은 처음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부터 상상으로나 언급되던 콤팩터였다. 삼성이 이를 출시하고 판매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못박은 것이다.

그리고 2019년 초,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폴드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 후로 갤럭시 폴드는 Z폴드와 Z플립 라인업으로 세분화되어 현재 삼성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담당하고 있다.


출처: 삼성전자


완성이자 새로운 시작 (에필로그)

마지막 편의 제목이 <완성이자 새로운="" 시작="">이지만 이는 단지 갤럭시 S8과 갤럭시 폴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아홉 편의 포스트에서 다루었듯이, 2016~2017년은 모바일 산업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르네상스와도 같은 시기였다. 이 시기에 완성된 것도 있었으며, 전환점을 맞은 것도 있었고, 아예 새롭게 시작되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이 때 벌어진 다양한 사건이 2023년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9개의 포스트를 쓰면서,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참 많은 굵직굵직한 일들이 있었음을 실감했다. 사람마다 살아온 햇수가 다르기에 독자에 따라서는 몇 개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하나의 포스트로 작성하기 어려워서 건너뛴 사건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CES 50주년’, ‘LG G6 출시’, ‘화웨이의 약진’, ‘갤럭시노트 FE 출시’, ‘구글 HTC 인수’ 등이 있다.

2017년 11월을 끝으로 더 이상 나는 IT 신문기사를 스크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때 이후로 스크랩을 시도할 정도로 가슴을 뛰게한 사건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 때 멈춘 것을 딱히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 같았던 그 때가 그립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 때와 같은 르네상스가 다시 도래하기를 바라고, 그 때 그 주인공이 내가 되리라고 다짐한다.





출처 없는 이미지: 기사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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