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산업의 르네상스는 언제였을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2015년 ~ 2018년을 꼽고 싶다.
르네상스가 그리운 이 시점에서 그 때의 신문 기사를 하나 둘 꺼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의 기사1: 타이젠, 새 영토 개척 야심

오늘의 기사2: 화웨이 ‘워치’에 삼성 OS 타이젠 깔린다


애플이 부러워?

삼성과 애플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가장 대표적인 두 기업이다. 그러나 두 기업 사이에는 명확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애플은 스스로 자체 OS인 iOS를 개발해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로 사용한다는 것이고, 삼성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제조사의 입장에서 이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아무리 오픈소스라고 하더라도 삼성은 구글에서 사용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OS를 변경하고 스마트폰을 제조해야 한다.

이 가이드라인은 생각보다 깐깐하다. 제조과정에서 구글에서 지정한 앱은 기본적으로 탑재해야하며, 홈화면에는 반드시 구글 위젯이 위치해야 한다. 배터리 잔량 표시 색상(노트7 때 이것 때문에 이슈가 되었다), 알림 표시 방식 등 세세한 것 하나까지 구글의 간섭을 보고 스마트폰을 기획해야 한다. 마치 꼭두각시처럼.

여기에 더해 각종 라이선스 비용도 발생한다.

‘OS 독립’의 관점에서 삼성은 애플이 부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2012년, 삼성은 인텔과 손잡고 자체 OS를 개발했다.

그것이 바로 ‘타이젠’이다.


너무 늦었잖아요

그러나 너무 늦었다. iOS와 안드로이드는 이미 시장을 점령했고, 대중은 이 두 가지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원스토어 관련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렇게 일단 주류가 형성되면, 개발자를 비롯하여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모두 대세에 합류하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대세를 만들기란 정말 어렵다.

삼성은 인도 등에 출시하는 ‘삼성 Z시리즈’에 타이젠을 탑재했다(지금의 갤럭시 Z가 아니다). 그러나 역시 저조한 앱 생태계, 낮은 호환성 등이 발목을 잡았고, 갤럭시 S, 갤럭시노트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하기란 리스크가 너무 컸다.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보자

삼성은 어떻게는 활로를 찾고자 했다. 그리고 한창 떠오르는 ‘웨어러블’, ‘IoT’분야가 삼성의 눈에 들어왔다.

확실한 주류가 결정된 스마트폰에 비해 이 분야들은 아직 주류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삼성은 워치시리즈와,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을 구동할 운영체제로 타이젠을 적극 밀기 시작했다.

이 시도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소비자들에게 타이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역시 일단 들이밀고 봐야한다.


쉽지 않은 현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출시 4년이 지나도록 모바일OS 점유율 도표에서 타이젠은 ‘기타’로 분류되었다. 화웨이 워치 등으로 외연을 넓혀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웨어러블 기기, 가전제품이 ‘모바일 산업의 주류’가 아니었기에, 타이젠도 ‘모바일OS의 주류’가 될 수 없었다.


결국 너마저

꾸역꾸역 타이젠을 밀던 삼성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로 갤럭시의 수장이 바뀐 것. 2020년 취임한 노태문 MX사업부 사장은 ‘삼성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해석하면 삼성이 가장 잘하는 것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므로 소프트웨어는 다른 회사와의 협업으로 해결하겠다는 말이었다. 독립 OS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전임 고동진 사장과는 대조되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갤럭시워치3를 끝으로 삼성은 타이젠의 워치시리즈 탑재를 종료했다. 이제 ‘갤럭시’ 이름을 달고 타이젠을 품은 기기는 더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타이젠을 낳은 삼성이 타이젠을 사실상 포기했으니, 이제 타이젠의 앞날도 밝지 않게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점점 타이젠이 사장되는 분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독립적인 OS의 중요성은 지금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상상하곤 한다. ‘만약 삼성이 갤럭시 S, 갤럭시노트, 아니면 적어도 갤럭시A 시리즈에 타이젠을 탑재하고 밀어붙였다면 타이젠의 미래가 어떻게 바뀌었을까?’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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