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산업의 르네상스는 언제였을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2015년 ~ 2018년을 꼽고 싶다.
르네상스가 그리운 이 시점에서 그 때의 신문 기사를 하나 둘 꺼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의 기사1: 갤노트7, 눈으로 잠금 해제…애플과 ‘홍채 전쟁’ 시작

오늘의 기사2: 갤노트7 예약판매, 갤S7의 2배…삼성도 놀랐다

오늘의 기사3: 물건이 없어요, 갤노트7


역사상 최고의 스마트폰이었던 것

그야말로 화려한 데뷔였다.

2016년 8월 2일, 삼성 모바일 역사상 가장 큰 임팩트를 남길 스마트폰이 공개되었다.

‘갤럭시노트7’

“더 이상 새로운 스마트폰은 없다는 발상을 넘어 만든 스마트폰이다.” 삼성은 갤럭시노트7을 이렇게 소개했다. 당시까지 개발된 모든 신기술을 총동원해 만든 스마트폰이었기 때문이다. 노트 다운 시원시원한 지금은 매우 작아보이는 화면, 더 정교해진 엣지 스크린, 최고 사양의 카메라, 업그레이드 된 방수, 편리한 인증 서비스 삼성패스, 대폭 기능이 향상된 노트의 아이콘 S펜까지.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홍채인식’이 탑재되었다. 특징점이 40여개에 불과한 지문에 비해 특징점이 200개가 넘는 홍채는 보안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차세대 본인인증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이러한 홍채를 스마트폰에 탑재해 복잡한 인증과정 없이도 모바일뱅킹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삼성 내부에서도 역대 출시된 삼성 스마트폰 중 최고라는 반응이 나왔으며, 삼성을 넘어 모바일 업계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고 생각한 사원이 많았다고 한다.

그 기대를 증명하듯이 사전예약부터 주문량이 폭주하여 40만대를 돌파하였고, 기기가 부족해 물건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심지어는 통신사 자체적으로도 주문량이 감당이 안되었는지 일정 기간 주문을 받지 않기도 했다.

넓은 화면에 펜을 포함한 노트 시리즈의 편의성에 더해 홍채인식이라는 혁신까지. 갤럭시노트7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다른 스마트폰을 구매해야할 이유를 없애버렸다.


오늘의 기사4: 갤노트7 공급 중단…삼성 ‘배터리 결함’ 전수 조사


불안한 조짐

한창 성공가도를 달리던 8월 31일, 노트7의 물량 공급이 중단되었다. 바로 ‘폭발 이슈’ 때문이었다.

역사적인 첫 주장은 8월 24일 제기되었다. 구입한지 채 일주일도 안 된 노트7이 폭발하여 이불이 그을렸다는 것이었다. 6일 후에는 다른 유사 사례도 등장했다.

그 후에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노트7이 폭발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오늘의 기사5: 중국서 조립한 삼성SDI 배터리 분리막 결함 가능성

오늘의 기사6: 삼성 “250만대 노트7 전량 교환”

오늘의 기사7: 교환품까지 발화…배터리 설계결함? 특정기능 과부하?

오늘의 기사8: 끝내 단종되는 갤노트7


결국 최후의 수단을 꺼내다

계속해서 폭발 이슈가 보고되자 삼성은 원인 파악에 나섰다. 폭발한 6대 모두 배터리 부분에서 발화가 시작된 것을 확인한 삼성은 삼성SDI에서 생산한 배터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전량 리콜을 결정한다.

여기서 사태가 마무리되었으면 좋았겠지만, 폭발은 끊이지 않았다. 삼성SDI가 아닌 다른 업체에서 제조한 배터리까지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그것도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노트7의 인기는 급속도로 식었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관련 업체의 주가는 요동쳤다. 노트7 소지자는 비행기 탑승 금지를 비롯해 여러 제한 조치를 받기 시작했다. 삼성 제품을 보유한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는 상황까지 도래한 것이다.

삼성은 별 도리가 없었다. 원인을 명쾌하게 알면 해결할 수 있었지만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렇다고 눈 딱 감고 판매를 계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삼성은 노트7의 단종을 결정한다. 노트7이 데뷔한 지 겨우 2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치명타를 입은 삼성

삼성은 노트7 발화로 매우 큰 타격을 입었다.

먼저, 당장 하반기에 매출을 책임질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없었다. 원래는 노트7이 S7과 함께 시너지를 발휘했어야 하나, 출시한 지 8개월이 넘은 S7 혼자서 노트7의 빈자리를 메꿔야 했다.

단기적인 매출만 문제가 아니었다. 삼성은 소비자의 신뢰도 잃어버렸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없으며, 한 번 그런 스마트폰을 만든 전적이 있는 업체의 물건을 다시 구입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세대 삼성 스마트폰 개발에도 문제가 생겼다. 지금까지 옳다고 여겼고 아무 문제가 없던 방식이 문제를 일으켰고, 제대로 된 원인조차 알 수 없었다. 다음에는 안 그럴 것이라고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었다.


오늘의 기사9: V20·아이폰7 가세…스마트폰 가을 샅바싸움

오늘의 기사10: 삼성·애플폰 주춤하는 사이…‘구글폰’ 신고식

오늘의 기사11: 갤노트7 빈틈 잡겠다…LG, V20 생산·품질검사 현장 첫 공개


남의 고통은 나의 행복

그러나 시장 경쟁 체제에서, 불행을 겪은 업체를 동정하고 위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노트7 발화가 본격적인 이슈로 떠오른 시기에 애플은 아이폰7을 발표했다. 구글은 자체 제작 스마트폰인 ‘픽셀폰’의 첫 선을 보였다. LG는 V20을 공개하면서 아예 품질검사 과정을 세세하게 홍보했다.

가장 껄끄러운 존재가 사라진 2016년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은 마치 춘추전국시대 같았다.


오늘의 기사12: 갤노트7 ‘슬림 배터리’ 집착이 발화 불렀다


원인 규명이 신뢰회복은 아니다

이듬해 1월, 삼성은 노트7 발화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삼성이 공개한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 높은 에너지 밀도: 작은 부피에 많은 부품. 사소한 결함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 증가.
  • 제조 공정상 문제: 음극이 구부러지거나 너무 얇은 분리막이 쉽게 훼손됨.
  • 기타 문제: 절연 테이프 불량 등

컨텐츠 소비가 많은 노트7 특성상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더 얇아진 스마트폰에 무리수를 두었고, 결국 발화로 이어진 것이었다.

삼성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성품을 대상으로 충전 시험을 하고, 8단계 안전성 검사를 도입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원인규명을 하고 개선책을 마련했다고 해서 신뢰가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삼성 스마트폰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한 번 섣부르게 오판한 경력이 있었기에 업계 관계자들도 삼성의 재기를 확신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새로 출시되는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답변은 다양할 수 있다.

혁신, 신기능, 디자인, 가격…

그러나 이 모든 요소는 ‘기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스마트폰에서 기본은 스마트폰의 모든 요소를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의 완성도’라고 할 수 있다. 제품이 완성도가 있을 때에만 비로소 다른 요소를 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은 스마트폰의 기본을 망각한 채 노트7을 출시했고, 결국 최악의 참사를 내며 무너졌다.

스마트폰 뿐만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기본’이 중요하다. 기본이 될 때 응용을 할 수 있고, 자신의 것을 가질 수 있다. 노트7 참사는 우리에게 매우 커다란 교훈을 주었다.



이미지: 기사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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