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산업의 르네상스는 언제였을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2015년 ~ 2018년을 꼽고 싶다.
르네상스가 그리운 이 시점에서 그 때의 신문 기사를 하나 둘 꺼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의 기사: 구글·애플 대항마…토종 앱 장터 원스토어 떴다


좀비는 죽은 상태이면서도 살아있는 것처럼 돌아다니며, 다시 죽지 않는다. 기생동물은 스스로 생활하지 못하고 다른 동물에 빌붙어 산다.

2016년 6월, 기생좀비 같은 앱 장터가 등장했으니, ‘원스토어’가 그 주인공이다.


원스토어는 왜 등장했나

2015년 이전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했던, 특히 통신사를 통해 구입했던 사람들이라면 통신사 전용 앱 장터가 기본 설치되어 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SKT는 T스토어, KT는 올레마켓, U+는 U+스토어. 별 장점은 없으면서 삭제도 불가능해 그냥 저장공간 한 켠을 차지하던 바로 그 스토어 맞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iOS는 애플의 앱스토어가 꽉 쥐고 있기에 통신사 자체 스토어는 그닥 사용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앱 시장이 매년 20% 이상의 성장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 등이 나오면서 앱 장터 시장의 점유율이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높은 점유율은 개발자들로 하여금 그 앱 장터를 목표로 앱을 개발하게 만들고, 수수료나 광고 등을 통한 수익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에, 통신 3사와 네이버는 (SKT가 가장 앞장서긴 했지만) 서로 협력하여 하나의 통합된 스토어를 개발하고, 국내 앱 장터 시장을 점유해보자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스토어가 ‘원스토어’다.


근데 실현 가능한 목표 맞아?

그 때 당시도 그랬고, 지금 봐도 그렇다.

원스토어의 원대한 목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사용자들은 이미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앱을 그 곳에서 다운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굳이 앱의 다양성도 높지 않고 딱히 메리트도 없는 원스토어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개발자들에게라도 어필이 되었을까? 출시 당시 원스토어는 구글, 애플과 동일한 30%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개발자가 원스토어를 위해 앱을 개발하고 제공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돌파구는 있다

원스토어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노력은 ‘대규모 행사’이다. 모바일 게임을 열심히 하는 이용자들은 각종 아이템과 게임 머니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원스토어는 이러한 이용자들을 타겟으로 파격적인 행사를 많이 진행했다. 원스토어에서 게임을 다운받으면 추가적인 혜택을 준다든지, 유료 게임의 가격을 할인하는 등의 행사였다. 이는 원스토어가 인지도를 올리고 적어도 게임에서만큼은 점유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또, 개발자에게 부과되는 수수료를 20%로 낮추었다.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와 다르게 개발자에게 조금 더 어드밴티지를 줌으로써 개발자들의 관심을 끌고 다양한 앱 생태계를 확보하려는 노력이었다.

더불어 구글, 애플이 실시하는 강력한 규제, 검열로 인해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선을 보이지 못했던 웹툰, 소설 등이 원스토어에서는 유통되기도 한다. 이 역시 차별화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멀고 먼 갈길

원스토어의 2022년 점유율은 13.8%로, 구글(74.6%)에 이은 2위이고 애플(11.6%)을 넘었다.

숫자만 보고 속단하지 마시라. 원스토어는 안드로이드, iOS를 가리지 않고 설치되는 통신사 기본앱이다. 국내의 아이폰 사용자가 적다는 것을 고려하면 목표 달성은 요원해보인다.

사람들은 여전히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 익숙하고, 알뜰폰을 개통하여 더 이상 통신사 전용앱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후 지원도 문제이다. 환불이 바로바로 이루어지는 다른 스토어에 비해 원스토어에서 구매한 상품은 다시 환불하기가 어렵다는 사례가 많다. 또, 개발자가 개발을 종료한 앱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버젓이 유통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앱을 다운받으려고 했다가 앱이 사라졌다는 황당한 안내 문구를 본 사람도 여럿이다.

구글, 애플을 따라가기에는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그러나 두 업체만이 독점을 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로 좋지 못하다. 경쟁을 하려는 의욕이 있는 경쟁자만 존재해도 어떻게든 업계가 발전해나가기 때문이다. 원스토어가 그 경쟁자 역할을 잘 해주기를 바란다.



댓글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