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산업의 르네상스는 언제였을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2015년 ~ 2018년을 꼽고 싶다.
르네상스가 그리운 이 시점에서 그 때의 신문 기사를 하나 둘 꺼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의 기사1: 갤S7의 가상현실 승부수…저커버그 “삼성과 손잡을 것”

오늘의 기사2: DSLR 눈 달았다…세계 시장 정조준한 갤S7


VR에 올인?

2016년 MWC, 삼성전자는 갤럭시 S7을 공개했다.

언뜻 보기에는 전작 갤럭시 S6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디자인은 거의 유사해서, 평소 스마트폰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두 모델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S시리즈 특유의 ‘엣지’ 모델이 따로 나온 것도 똑같았다.

삼성도 이 부분이 걸렸나 보다. 자칫하면 1년 동안 일 안하고 논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그래서 삼성은 S7 공개 행사에서 갤럭시 S7 기기 자체보다 S7으로 할 수 있는 것에 무게를 두었다.

삼성이 선택한 테마는 ‘VR’. 당시 VR은 한창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던 시기였다. 골판지로 만든 구글 Cardboard가 대중적이고 저렴한 VR기기로 인기를 끌고, 게임방에 각종 VR 게임이 도입되며 새로운 놀거리로 등장하던 시절이었다.
삼성은 공개 행사에서 객석 전체에 VR기기인 ‘기어 VR’을 깔고, 이를 이용해 S7의 모습을 다각도에서 보여주었다(사실 별 거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고동진 당시 무선사업부 사장은 계속해서 가상현실의 중요성을 역설했으며(마치 VR기기 공개행사인 듯이), VR전문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현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까지 등장해서 삼성과 함께 가상현실 기술에 전력투구할 것임을 천명했다.




의도치 않은 곳에서 얻은 호평

그런데 갤럭시 S7이 인기를 끈 것은 VR 떄문이 아니었다.

갤럭시 S7이 인기를 끈 이유를 살펴보려면 S6 출시 떄의 반응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당시 S5의 아재(?)스러운 디자인과 어설픈 방수 기능 때문에 혹평을 받은 삼성은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S6를 출시한다.
S6의 디자인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너무 의기소침했을까. 방수, 마이크로 SD 등 사용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능까지 모조리 빼버렸고, S6는 좋다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나쁘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스마트폰이 되어버렸다.

방수와 SD카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는 부분에서 감점을 받으니 삼성 입장에서는 아쉬울만한 포인트였다. 그래서 S7에서는 감점 받기 싫어서 그냥 다시 넣어주었던 것일지 모른다. 삼성이 그렇게 VR을 강조한 것도 그래서가 아니었을까. 대단하지도 않은 방수와 SD카드를 강조해봤자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S7을 구매한 사람 중에서 ‘VR을 잘 구현해서 구매했다’라고 답한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대부분이 ‘딱히 흠잡을 데가 없는’ 스마트폰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모여 소비자의 구매 결심에 영향을 준 것이다.


그렇게 출시하길 잘했다

삼성이 S7을 발표하고 들은 부정적인 평가는 대부분 ‘전작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삼성 입장에서는 그럴만도 했다. 전작의 디자인 완성도가 꽤나 괜찮았기에, 소소한 부분 몇 가지를 수정해주면 그 당시로서는 완벽에 가까운 폰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할 수도 있었지만, 때로는 어설픈 혁신보다 확실한 안정이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6개월 뒤, 삼성 무선사업부 역사상 가장 큰 참사가 일어나고, S7이 1년간의 매출을 책임져야 할지 그 떄 누가 알았을까.







이미지출처: https://m.etnews.com/20160222000382?SNS=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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