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산업의 르네상스는 언제였을까? 애플이 처음 아이폰을 발표한 2007년? 갤럭시와의 대결이 본격화된 2010년대 초반?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2015년 ~ 2018년을 꼽고 싶다. 갤럭시의 기틀이 자리잡고, 아이폰의 화면이 커지기 시작하며, LG가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 그 시기가 모바일 산업의 르네상스가 아닐까 싶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 기능이 선보여지며 하루가 다르게 모바일 산업이 발전했다. 내가 첫 스마트폰을 얻고 IT와 모바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기도 그 떄 즈음이다. 당시 우리가족은 ‘중앙일보’를 구독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IT 기사 대부분을 스크랩할 정도로 열심히 신제품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7년 후인 2023년, 모바일 시장은 성장을 멈추었고 혁신적인 신기술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고 있다. 르네상스가 그리운 이 시점에서 그 때 그 기사를 하나 둘 꺼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의 기사: 트랜스포머 스마트폰 G5…LG의 반란


LG의 고민은 시작되고

2016년, LG 스마트폰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모바일 업계 7위. 만족스럽지 않은 것을 넘어 자존심이 상할만한 성적이었다.

G pro 2, G3까지만 해도 LG 스마트폰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기본에 충실한 스마트폰. 실제로 G pro 2를 많이 만져본 사람으로써(부모님이 쓰셨다) 나쁘지 않은 스마트폰이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나쁘지 않다는 것은 좋다는 뜻이 아니다. LG는 고급진 프리미엄의 이미지도, 친근한 중저가의 이미지도 가져가지 못했다. 그 사이 어디에 애매하게 끼어있는 느낌. LG만의 킬링포인트도, LG만의 감성도 없었다. 왜 소비자들이 LG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하는지 어필하지 못한 것이다.


제 3의 노선?

사람도 그렇다. 학업 성적도 신통치 않고, 타고난 재능도 없으면 ‘제3의 노선’을 찾기 시작한다. 동아리를 열심히 해서 인맥을 넓히거나, 학생회를 해서 권력(?)을 차지하거나, 대외활동을 해서 스펙을 쌓거나.

LG도 마찬가지였다. 프리미엄도 안되고, 중저가도 안되니 ‘재미있는 폰’이라는 노선을 선택했다.

LG 스마트폰의 내리막길을 연 LG G5는 그렇게 탄생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폰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폰이라니. 신박하긴 했다. 고급 카메라가 필요하면 카메라 모듈을 끼우고, 고급 스피커가 필요하면 스피커를 끼우고. 탈착형 베터리가 사라지기 시작한 시점에서 탈착형 베터리를 장착해 소비자에게 어필할 하나의 구석도 만들었다.



그러나 LG는 이번에도 가장 중요한 것을 뺴먹었다. ‘왜 LG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었다.

폰이 재미있으니까? 사람들은 재미있으려고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는다. 물론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즐거움이 많기는 하지만, 장난감처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려고 사지 않는다.

모듈을 통해 고급기능을 제공하니까?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은 DSLR을 사고, 음질을 중시하는 사람은 고급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기 마련이다. 더 좋고 고급스러운 대안이 있는데, 굳이 모듈을 사용해야할 필요가 없다. 아, 그리고 모듈은 별매다.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폰, 그 자체다. 접근부터 사용법을 거쳐 마케팅까지. 그리고 이는 곧 판매 실적으로 이어진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성적

그 전까지 LG 스마트폰이 이 정도로 망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4000억이 넘는 적자.

원인을 묻는다면, G5의 모든 점이 패착이었다.

모듈형 스마트폰은 완성도 자체를 높이기가 힘들다. 판매를 시작하고 마감이 좋지 않다는 평이 돌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사람들은 별매인데다가 비싼 모듈을 구매하지 않았다.

실적이 신통치 않자 LG는 고육지책으로 모듈을 끼워팔기 시작한다. 그 결과, G5는 팔면 팔수록 손해만 쌓이는 스마트폰이 되었다.

결국 2016년 하반기, LG는 ‘G5는 실패한 스마트폰’이라는 성명을 내놓는다.


G5, 그 후

LG는 그 해 하반기 V20, 다음 해 G6에서 모듈을 완전히 삭제한다. 그리고 2023년 현재. 시장에는 모듈형 스마트폰도, LG 스마트폰도 없다.

앞서 G5가 실패한 여러 이유를 구체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왜 G5를 구매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LG는 열심히 답을 ‘발명’하려 노력했지만, 어쩌면 그들이 해야했던 것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었을지 모른다.





LG G5 이미지: 기사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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